[대전일보 - 여론광장] AI 시대, 여성 기업인은 기회를 잡고 있는가[이연재 세종여성기업인협의회 회장]
2026년 현재, 기업 현장에서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AI는 단순한 업무 자동화 단계를 넘어 경영 의사결정과 전략 수립의 핵심 도구로 활용된다. 인력 구조, 마케팅 방식, 고객 대응, 재무 관리까지 AI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영역을 찾기 어렵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제기되는 질문이 있다. 'AI 시대는 여성기업인에게 위기인가', '아니면 새로운 기회의 창인가'.
AI 시대는 흔히 기술 경쟁의 시대로 불리지만, 본질적으론 기업의 운영 방식과 사회의 가치 기준이 재편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확산될수록 인간의 역할은 축소되는 것이 아닌 재정의되고 있다. 반복적이고 계산 중심적인 업무는 AI가 담당하는 반면, 문제를 정의하고 관계를 조율하며 사회적 가치를 설계하는 역할은 인간에게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여성기업인이 그동안 축적해 온 역량과 맞닿아 있다.
첫째, 공감 능력과 감성 지능(EQ)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지만, 고객의 삶의 맥락과 감정, 문화적 배경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기업 경쟁력이 제품이나 기술 자체를 넘어 고객 경험과 신뢰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고객의 필요를 세밀하게 읽어내고 장기적 관계를 설계하는 능력은 중요한 차별 요소가 된다. 이는 많은 여성기업인이 현장에서 강점을 보여온 영역이다.
둘째, 협업 중심의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AI 기술은 단독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다양한 기술과 인력, 조직 간 협업 속에서 가치를 창출한다. 이에 따라 조직 운영에서도 위계와 통제보다는 소통과 조율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리더는 가장 많은 정보를 보유한 사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전문성과 이해관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여성기업인이 보여온 참여형·연결형 리더십은 이러한 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리더십 모델로 평가할 수 있다.셋째, 다양성과 공정성에 대한 관점의 중요성이다. AI는 데이터에 기반해 학습해, 데이터의 편향은 알고리즘의 편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성별, 연령, 사회적 배경에 따른 차별이 기술을 통해 강화될 위험도 존재한다. 여성기업인은 이러한 구조적 위험을 인식하고, 보다 포괄적이고 공정한 서비스와 시장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윤리적 문제를 넘어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도 직결되는 요소다.
넷째, AI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오랜 구조적 과제를 완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과 24시간 가동되는 디지털 에이전트는 적은 인력으로도 효율적인 사업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경영 활동에 어려움을 겪어온 여성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 특히 소규모 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이러한 변화의 효과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세종여성기업인협의회 회원사들은 고객 상담, 마케팅, 회계, 홍보, 설계 업무 등에 AI 도구를 도입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으며, 그 결과 인력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전략과 기획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생존 중심의 경영에서 성장과 확장을 고민하는 경영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러나 AI 시대의 기회가 자동으로 여성기업인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변화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분명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AI·데이터·디지털 기술에 대한 재교육과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은 곧 의사결정의 한계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여성기업인이 기술과 자본,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투자와 정보, 인적 네트워크에서의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AI 시대의 기회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AI 시대는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는 태도의 문제다.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이해하고, 사람을 중심에 두며, AI를 경영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인에게 기회는 열린다. AI 시대는 여성기업인에게 새로운 도전인 동시에, 그동안 축적해 온 역량을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출처 : 대전일보(https://www.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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